인공지능이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 '생각'의 과정을 신뢰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특히 거대 언어 모델(LLM)이 그럴싸한 답을 내놓아도, 그 답이 논리적으로 타당한지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점은 큰 한계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열쇠로 '미분 가능 정리 증명(DTP: Differentiable Theorem Proving)'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DTP는 신경망의 연속적인 학습 방식과 기호 논리의 엄격한 증명 체계를 연결하는 혁신적인 다리입니다.
본문에서는 DTP의 핵심 원리를 파헤치고, 이를 통해 어떻게 '검증 가능한' 신경-기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탐색합니다.
Differentiable Theorem Proving (DTP)의 원리와 필요성
전통적인 기호 논리학 기반의 정리 증명(Theorem Proving, TP)은 이산적(discrete)이며 경직되어 있습니다.
명제가 참(1) 또는 거짓(0)으로 명확하게 구분되기 때문에, 경사 하강법(Gradient Descent)과 같은 연속적인 최적화 기법을 적용할 수 없습니다.
이는 신경망 학습 패러다임과 기호 추론 패러다임이 통합되지 못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장벽이었습니다.
미분 가능 정리 증명 (DTP)은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DTP는 이산적인 논리 연산을 신경망이 처리할 수 있는 연속적이고 미분 가능한 연산으로 이완(Relaxation)시킵니다. 이 접근 방식은 추론 과정 자체를 학습 가능하게 만듭니다.
DTP의 작동 방식: 기호 연산을 미분 가능하게
DTP의 핵심 기술은 이산적인 진릿값(Truth Value)을 연속적인 확률 또는 신뢰도 값(예: 0.0에서 1.0)으로 대체하는 데 있습니다.
이를 위해 퍼지 논리 (Fuzzy Logic)의 개념과 T-놈 (T-norms) 함수가 주로 사용됩니다.
T-놈은 논리적인 AND, OR 연산을 미분 가능한 형태로 일반화합니다.
AND (∧) 연산의 이완: 전통적인 min(a, b) 대신, Lukasiewicz T-norm (max(0, a + b - 1)) 또는 Product T-norm (a · b)와 같은 함수를 사용합니다. 이 함수들은 진릿값이 0 또는 1이 아닌 연속적인 값을 가질 때도 유효한 출력을 제공하며, 무엇보다 입력 변수에 대해 미분 가능합니다.
추론 규칙의 적용: DTP는 추론 규칙(예: Modus Ponens)의 적용 과정을 확률적 또는 연속적인 연산으로 모델링합니다. 특정 경로를 따라 증명이 진행될 확률을 계산함으로써, 신경망은 어떤 규칙을 언제 적용해야 가장 효율적인 증명(또는 최적의 해답)에 도달할 수 있는지 학습합니다.
역전파를 통한 추론 학습
DTP의 진정한 힘은 역전파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논리 규칙이나 지식 그래프 내의 가중치를 조정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DTP 시스템은 단순히 미리 정의된 규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통해 '추론하는 방법' 자체를 학습합니다.
Pseudo-code: DTP 학습 루프
function Train_DTP_System(Facts, Rules, Target_Proof):
Initialize Rule Weights W
for epoch in range(N):
# 1. 미분 가능한 추론 경로 계산 (Forward Pass)
Prob_Proof_Path = Differentiable_Prover(Facts, Rules, W)
# 2. 손실 계산: 증명 결과의 정확성 및 논리적 일관성 손실
Loss = CrossEntropy(Prob_Proof_Path, Target_Proof) + Regularization(W)
# 3. 기울기 계산 (Backward Pass)
Gradient_W = Backpropagate(Loss, Prob_Proof_Path)
# 4. 규칙 가중치 업데이트
W = W - Learning_Rate * Gradient_W
return Optimized_Rules_W
이 과정에서 W는 규칙의 신뢰도나 적용 강도를 나타내며, 신경망이 이 가중치를 학습함으로써 복잡하고 노이즈가 많은 데이터에서도 효과적인 논리적 구조를 도출합니다.
검증 가능한 신경-기호 시스템
순수하게 통계적인 모델인 LLM은 훈련 데이터의 통계적 패턴을 암기하여 생성할 뿐, 도출된 결과가 논리적으로 '참'임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이것이 소위 '환각(Hallucination)' 현상의 근본 원인입니다.
LLM의 '추론 오류'와 검증의 중요성
예를 들어, LLM에게 'A는 B의 상위 개념이고, B는 C의 상위 개념일 때, A와 C의 관계는?' 이라는 삼단 논법 문제를 제시하면, LLM은 훈련 데이터에서 유사한 구문을 접했는지 여부에 따라 정답을 맞출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델은 '상위 개념'의 전이성(Transitivity)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문장 구조의 유사성을 기반으로 답을 '예측'합니다.
검증 가능성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제거합니다. DTP를 이용한 신경-기호 시스템은 이중 구조를 가집니다.
신경 컴포넌트 (Perception/Prediction): LLM 또는 다른 신경망이 원시 데이터를 처리하고, 사실(Facts)과 후보 규칙(Candidate Rules)을 추출합니다. (예: 텍스트에서 'X는 Y보다 크다'는 사실을 추출).
기호 컴포넌트 (Verification/Refinement): DTP 모듈이 이 추출된 사실들과 기존의 지식 베이스를 사용하여 신경 컴포넌트의 출력(Hypothesis)이 논리적으로 타당한지 검증합니다.
DTP를 활용한 시스템 설계: 하이브리드 QA 예시
하이브리드 질의응답(QA) 시스템에서 DTP는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사용자가 복잡한 추론이 필요한 질문(예: '파리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의 할아버지가 아시아에 살았던 적이 있다면, 지금 파리에 있는 사람 중 그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은 몇 명인가?')을 던졌다고 가정합시다.
LLM은 일단 가능한 추론 경로와 중간 사실들을 생성합니다. DTP 모듈은 이 후보 경로들을 입력받아, 내장된 논리 규칙(예: 위치, 출생, 혈연 관계에 대한 규칙)을 사용하여 각 경로의 논리적 일관성을 평가합니다.
DTP는 각 증명 경로에 연속적인 '신뢰도 점수'를 할당하며, 이 점수는 단순히 통계적 일치도가 아닌, 논리적 타당성에 기반합니다.
시스템은 가장 높은 논리적 신뢰도 점수를 가진 경로를 최종 답변으로 채택하거나, LLM에게 피드백(Gradient Signal)을 주어 논리적으로 오류가 있는 경로를 수정하도록 지시합니다.
이처럼 DTP는 시스템의 '논리적 심사관' 역할을 수행합니다.
실제 적용 사례 및 구현 고려 사항
프로그램 합성 및 검증 (Code Synthesis Verification)
가장 강력한 DTP의 응용 분야 중 하나는 코드 생성 및 정형 검증 (Formal Verification)입니다.
LLM이 요청에 따라 코드를 생성했을 때, DTP를 활용한 시스템은 해당 코드가 요구 사항 명세(Specification)를 충족하는지, 그리고 잠재적인 런타임 오류나 논리적 결함이 없는지 증명할 수 있습니다.
DTP는 코드의 각 명령어를 논리적인 술어(Predicate)로 변환하고, 생성된 코드가 사전 조건(pre-condition)을 만족할 때 사후 조건(post-condition)을 보장하는지 미분 가능한 논리 그래프 위에서 검증합니다.
만약 검증에 실패하면, 그 '실패 지점'에 대한 미분 값이 LLM 컴포넌트로 전달되어, LLM은 논리적 결함이 발생한 지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코드를 수정합니다.
구현 시 고려 사항: 확장성 및 해석 가능성
DTP 시스템을 구축할 때 개발자는 다음을 고려해야 합니다.
기호 지식의 인코딩: 복잡한 도메인 지식(규칙)을 DTP 모델이 처리할 수 있는 형식 논리(First-Order Logic 또는 Prolog-like structure)로 효율적으로 인코딩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T-놈 선택: 어떤 T-놈 함수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기울기 흐름의 안정성과 증명 탐색의 효율성이 달라집니다. (예: Gödel T-norm은 미분 불가능한 지점이 많아 학습이 어려울 수 있음).
시스템 분리 및 통합: 신경 컴포넌트와 DTP 컴포넌트를 명확히 분리하되, 상호 간에 의미 있는 피드백 루프(특히 기울기 기반 피드백)가 작동하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결론: AI 신뢰성 확보의 열쇠
미분 가능 정리 증명(DTP)은 단순히 학술적 개념을 넘어, '환각'과 같은 현재 AI 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실질적인 로드맵을 제시합니다.
신경망이 데이터에서 직관적인 패턴을 학습하는 '인식'의 영역을 담당한다면, DTP는 그 결과를 논리적으로 검증하고 다듬는 '추론'의 심사관 역할을 수행합니다.
결국 AI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길은, 이처럼 직관(신경)과 논리(기호)가 상호 보완하며 작동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달려있습니다. DTP는 이 두 세계를 연결함으로써, 우리가 진정으로 신뢰할 수 있는 차세대 인공지능을 여는 핵심 기술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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